그리스 로마 신화의 현대적 해석 -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결혼 / 로베르토 칼라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며, 우리는 왜 그러한 신화를 가지고 있지 못한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우리의 신화를 조사하고 공부하지 않아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군 신화와 여러 가지의 건국 신화를 어렴풋하게 들어본 것도 있다. 왠지 단편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으로 우리의 것을 대하게 되는 나의 성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의 것에 대한 공부를 아직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열하일기를 시작으로 시도는 해보았지만 정을 제대로 붙이기는 아직 투자가 너무 적은 모양이다.
로베르토 칼라소는 벌핀치의 기독교적인 교육관의 입장에서 쓰여진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전혀 다른 그리스 로마의 신화를 재구성한다. 칼라소는 서양문화의 근원을 인간의 욕망의 투영이라고 본다. 욕망은 에로스와 타나토스로 드러난다. 그런데 그 욕망의 근원이 또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고대문화는 인간과 동물이 구분되는 어떤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생각하고, 고통을 피하고, 국가를 건설하면서 가족과 더 크게 연대감을 누리고 결속한다. 예술을 발명하고 노래와 조각과 그림을 즐기다. 복수하고 배반하고 질투하고 정복한다. 음식을 즐기고, 술을 발명하고, 신전을 건설한다. 욕망이 결핍으로 설명되건, 무언가 가능하게 하는 힘의 본질로 설명되건, 이미 욕망은 분화될 운명이다. 아니면 수 만 가지의 갈래가 하나로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모른다.
하나로 설명하기엔 복합적이고 개별적인 사건들로 욕망은 드러난다.
신화적인 존재는 거신족인 타이탄, 올림푸스의 신들, 그들에 복종하거나 대항하는 거인들이 중심이다. 그러나 신화적인 존재는 존재와 존재들의 위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의 갈래를 느끼고 이해하면서 그 본질을 설명하고 기록하고 즐기기 위해서 신화적인 존재를 필요로 하였다. 아마 욕망의 갈래 중에 첫째가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일 게다. 세상의 생성과 진행 원리를 이해하고 싶은 인간은 카오스와 가이아. 그리고 조금 더 그 능력이 구체적이지만 아직 인간의 형상을 가지지 못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를 만들어 낸다. 어둠과 밝음, 낮과 밤, 혼돈과 질서, 그리고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으로 구체화 된다. 이제 힘과 원리와 만물은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의인화되고 비로서 욕망의 두번째 실현 즉 애로스가 나타난다. 태생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원론적인 구성이 필요하였지만 욕망으로서 사랑과 질투의 구체적인 주체는 제우스와 헤라에서부터 일 것이다.
제1장 이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납치와 강간 그리고 새로운 역사)
칼라소는 수소로 변신한 제우스가 페니키아(레바논을 중심으로 하여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고대 지역)에서 에우로페를 유혹하는 사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우로페는 페니키아의 왕 아게르노의 딸이다. 아게르노와 텔레파사 사이에는 여럿의 자식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에우로파와 카드모스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제우스에게 납치당한 에우로파를 찾아오도록 명령을 받은 동방의 왕자 카드모스는 알파벳을 유럽에 전하고 테베를 세우는 인물이된다. 그들의 신화적인 계보는 이렇게 된다.
이나코스강은 요정 멜리나 사이에 이오을 낳고, 강가에서 꽃과 더불어 놀고 있던 이오는 구름으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강간당하고, 갑자기 구름으로 가리워진 지상의 세계에 의심을 품은 헤라의 등장에 제우스는 이오를 암송아지로 변신시킨다. 눈치를 첸 헤라는 암송아지를 자신에게 선물하게 하여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감시를 맡기고 제우스는 보다 못해서 헤르메스에게 아르고스를 죽이게 한다. 죽은 아르고스의 100개의 눈은 자기의 공작새의 꼬리에 장식으로 달았다. 암소가 된 이오는 동양으로 쫓겨가게 된다. 헤라가 보낸 등에(쇠파리)에 쫓겨 이오가 건너게된 바다가 이오니아해라 한다. 이오의 아들 에바포스와 나일강의 딸인 멤피스 사이에서 난 리비아(리뷔아)가 태어나고 리비아와 포세이돈 사이에 에우로파와 카드모스의 아버지인 페니키아왕 아게르노가 태어난다. 그래서 이오는 에우로파의 고조모가 된다.
이나코스강 = 요정 멜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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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 이오(아르고스 근처 헤라 신전의 여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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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포스 = 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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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 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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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게르노 = 텔레파사
ㅣ 아레스 = 아프로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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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숫소) = 에우로파, 카드모스 = 하르모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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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아가베, 아우토노에, 이노, 세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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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만티스, 세르페돈, 미노스, = 파시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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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 아리아드네, 파이드라(페드라)
세멜레는 제우스와 관계해서 디오니소스를 낳는다. 제우스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사랑하는 세멜레의 청을 들어주다가 세멜레는 불에 타 죽게되고 그순간 배속의 디오니소스를 꺼내 넓적다리에 차고 다니다가 이모인 이노에게 맡기어 기르게 한다.
이오의 방황과 여행은 유럽에서 동양으로 문화의 흐름 혹은 사건의 흐름을 의미한다. 나중에 유럽이라는 단어에 근원이 되는 에우로파와 카드모스의 사건은 동양에서 유럽으로의 흐름을 의미한다. 그 속에 강탈과 납치와 대립과 해결이 있고 그 안에 핵심적으로 문화와 문명이 교류된다. (1610년에 갈릴레오가 발견한 얼음으로 덮여 있는 목성의 4번째로 큰 위성은 독일의 천문학자 시몬 마리우스에 의해서 에우로파라고 이름 붙여졌다.)
흰 수소의 등을 타고 황홀한 느낌으로 바다를 건너는 에우로파의 내면에는 사랑에 미쳤다가 수치와 절망 속에 스스로 목을 매는 두 손녀 파이드라와 아리아드네의 운명이 알 수 없는 힘처럼 숨겨져 있다.
그리스에서 제일 문명이 앞선 크레타섬은 에우로파가 제우스에 의해서 옮겨져 정착한 것이다. 제우스와 에우로파의 사이에 미노스가 태어나고 왕이 된 미노스는 파시파에와 결혼하여 아리아드네와 파이드라를 낳는다.
크레타인들의 이야기는 수소에서 시작해서 수소에서 끝이난다. 미노스왕은 포세이돈의 은혜로 받은 수소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소유물로 만드는데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는 이 소에게 욕정을 품게 된다.
파시파에는 황소에 대한 환상과 사랑을 위해서 미노스 왕의 충실한 건축가인 다이달로스를 유혹하여 인공의 황소(청동 혹은 나무)를 만들어 달래서 그 안에 들어가 황소와 관계하고 소와 인간의 잡종인 수소 머리의 인간 아리스테리우스(미노타으로스)를 낳는다. 미노타우로스는 다이달로스가 건축한 라뷔린토스Lbyrinth 즉 미궁에 갇혀 산다. 힘이 강성 했던 미케네는 아테네에 매년 7명의 여자와 7명의 남자를 공물로 받고 있었고 이들은 미노타우로스에게 보내져서 제물이 되었다. 이 제물의 한 명으로 숨어들어온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반한 아리아드네는 미로와 미노타우로스의 존재를 알려주고 명주실을 테세우스에 주어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테세우스의 미궁의 탈출을 돕는다. 테세우스를 따라 크레타를 버리고 낙소스섬에 머문다. 아마도 식은 사랑과 태생의 방랑벽으로(혹은 아테나 여신의 말에 따라) 잠든 사이에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 버리고 테세우스는 아테네로 떠난다. 후일 디오니소스를 만나 사랑하고 북쪽 하늘에 별자리가 된다. 그러나 아리아드네는 신화 상 가장 많은 죽움의 버전을 가지고 있다. 칼라소는 '우리가 양립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뜻 밖의 일관성을 발견하게 될때만 비로소 신화의 문지방을 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 수 많은 죽은, 설명도지 않는 버려짐과 구제. 그것이 모순적 삶의 아리아드네의 존재이다.
낙소스를 떠난 테세우스는 아마존에서 안티오페(일설에는 언니인 히폴리테)를 데려와 아들 히폴리토스를 낳는다.
= 아리아드네
= 파이드라
테세우스 = 안티오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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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의 왕위를 물려 받은 미노스의 아들 데우칼리온은 테세우스가 다스리는 아테네와 동맹을 맺고 아리아드네의 동생 파이드라를 테세우스와 결혼시킨다.
테세우스가 아테네를 다스릴 때 숙부 팔라스가 반란을 일으키고 테세우스는 이들을 모두 죽였으나 친족을 살해한 죄로 아테네에서 1년간 추방되는데 파이드라를 데리고 트로이젠에 가게 된다.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트로이젠의 왕 피테우스의 아이트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안티오페와 테세우스 사이의 아들 히폴리토스는 트로이젠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파이드라는 히폴리토스를 사랑하게 된다. 파이드라는 남편의 아들을 사랑하게 되지만 히폴리토스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절망에 빠진 파이드라는 남편 테세우스에게 히폴레테스의 모욕적인 사랑 고백을 받고 참을 수 없어서 자결하게 되는 자신의 처지를 유서로 남긴다.
(부인의 죽음이 자신의 아들의 욕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 테세우스는 포세이돈에게 아들에 대한 복수를 빌었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괴물을 출현시켜 마차를 몰고 해안가를 달리고 있던 히폴리토스를 죽인다. 그러나 이를 불쌍히 여긴 아르테미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를 시켜 히폴리토스를 살려냈다 한다. /그리스로마신화 / 벌핀치 / 최순역 / 197p)
아름다운 것을 자신에 가까이 두고 싶고, 소유하고 싶고, 자랑하거나 감추고 싶은 욕망은 납치와 강간이라는 과도한 사건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잃어버린 가까운 사람 혹은 원래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복수와 심지어 살해를 꿈꾼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건은 여전히 장소와 시간의 섞임을 통해서 그것이 인류의 필연성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필연성일까. 그 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고 하나의 사건은 다른 사건을 열게 하고 다른 사건은 교류와 반복을 통해서 지금의 우리의 충실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 혈연은 다만 촉매일 뿐, 욕망의 발동, 욕망이 갈래 지어는, 즉 특정화되는 사건 자체가 이루어 지게 되는 것은, 시간과 공간적인 인접을 통해서 '접촉'과 '연결'이라는 것을 신화에서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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