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도시와 마을의 일상을 그림
도시와 마을 그 속에 우리의 일상을 그린다. 산과 들을 배경으로 한 동네, 집들의 군집, 지어지고 철거되고 고쳐지고 남겨진 집들을 그린다. 집들은 그림 속에 스스로 구성되고 결합되고 배치된다. 모여진 아름다움을 마을과 동네에서 발견한다. 동네를 그리면서 거푸집 목수의 장인 기질이 2층 테라스 난간에 남아있다 경사지붕 끝 챙을 가공한 함석장인의 솜씨를 본다. 옥상을 오르는 빼뚤빼뚤한 계단과 빨래줄에 걸린 속옷들을 본다.
출퇴근의 버스안과 전철안을 그리고 때로 여행의 기회가 있을 때 낯선 여행 풍경을 그린다. 익숙한 것은 한단계 더 바라보는 관찰을 통해 선으로 포착하는 즐거움이 있고, 여행은 설렘과 불안 속에 새로운 인상을 기록하는 즐거움이 있다. 여행의 매력은 낯섬이 친숙함으로 전환되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여행은 세상 보는 눈을 열어주고 낯선 곳의 아름다움에 접속시킨다.
‘도시여행자의 시선’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나주와 순천과 진주와 강진을 그렸다. 도시는 시간이 공간에 축적되어 있다. 마을은 집과 가게와 골목에 생활의 모습을 쌓는다. 아직 조금은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근대기 흔적, 상처, 즐거움,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남아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새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려는 생각과 같다. 걸으면서 스쳐가는 우리의 것들 속에 소중한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 펜과 붓으로 필력을 다해서 기록하고 싶다.
2023 이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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